와이프와 연애를 시작한게 2000년도이니까.. 정확히 10년전입니다.
당시 전 복학생으로.. 학교 근처에서 자취중이었고, 와이프는 제 방에서 걸어서 30초 거리에서 자취중이었죠.
연인사이로 발전하기 전 서로 얼굴 익히고 어느정도 말을 텄을때 쯤 일입니다.
남자 자취생이 다 그렇지만.. 전 특히나 혼자 음식을 해먹는 능력이 전무했습니다.
그러던 어느 일요일 오후,
토요일 하루종일 굶고,
일요일 점심까지 거르고..
너무너무 배가 고파 사경을 헤메고 있었습니다.
그 흔한 라면조차 끓여먹을 의지조차 없었던 전.. 배고픔을 이겨내려 낮잠을 자려 했던것으로 기억합니다.
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..
곱디 고운.. 천사처럼 생긴 와이프가 비빔밥과 된장찌게.. 반찬 몇개가 올려져 있는 조그마한 밥상을 들고 서 있더군요.
비빔밥을 만들었는데 좀 남아서 가져왔다면서 상을 내밀더군요..
그 감동…. 허기진 배를 자극하는 된장찌게 냄새와 내 앞에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미모에 취해.. 반쯤 정신이 나갔던거 같습니다.
와이프는 쑥스러운듯 잘 먹으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돌아가더군요..
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한것이 마음에 걸렸지만..
이미 사경을 헤메고 있었던 지라..
한마리의 굶주린 똥개처럼 허겁지겁 비빕밥을 대충 비벼 왕창 입에 넣고 다 씹지도 않은채 된장찌게를 한가득 퍼서 역시 입속에 쑤셔 넣었습니다.
그리고.. 조용히 된장찌게와 비빔밥을 들고 화장실로 가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습니다.
“우웩~~”
와이프는 정말 음식을 못합니다..
한살짜리 두살짜리 딸이 있습니다. 둘다 이제 제법 밥을 먹는데.. 보통 된장찌게에 비벼주지요….
가끔 먹다말고 알수 없는 표정을 지으면 고개를 마구 흔듭니다. 와이프는 왜 그러냐고 말 못하는 애들한테 물어보지만..
난 그 이유를 압니다…